본문 : 신명기 32장 7절-12절
제목 : 기억하고 생각하고 물으라
요즘 COVID-19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걸쳐 인종 차별 시위가 일어나고, 또 그 시위들이 점차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늘기 시작하면서, 사회가 여러모로 흉흉합니다. 이번 주중에 시위에 관련한 뉴스를 보다가 의미 있는 영상 하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10대 흑인 청소년이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한 30대 중반의 남성이 그 학생에게 다가가 말하기 시작합니다. “너는 이 곳에 있으면 안돼. 너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을 되풀이 하면 안돼. 너는 우리들의 미래야.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준비해야해.” 이 캡처된 영상을 접하면서, 그 30대 남성의 호소가 참 진한 여운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말을 풀어보면, 전 세대의 방식이나 실수를 쫒지 말고, 역사를 기억하고, 깊이 생각하고, 물어가면서, 미래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으라는 말입니다. 모세가 인생을 마무리 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한 마지막 설교의 요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광야에서 40년을 생활하는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의 세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직접 출애굽한 광야1세대들이 아니라, 2세대들이 이스라엘 군중의 대부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모세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선조들을 어떻게 여기까지 인도하셨는지 역사를 가르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총 3번의 설교를 통해서, 광야 2세대들에게 구속사의 핵심을 상기시키는데 그것이 바로 신명기서의 내용입니다. 신명기에서 “신”은 “새로움”을 뜻하는 한자어가 아니라, “되풀이함”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즉, 모세의 설교는 새로운 정보나 권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동안 숱하게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던 권면들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서 강조한 것입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는 왕과 신하 그리고 주인과 노예 사이에 종주권 계약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여러 학자들을 통해, 신명기서의 구조가 당시 종주권 계약서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종주권 계약은 철저하게 주인의 유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약에 사로잡힌 신하나 노예들은 그들의 권리나 가치를 존중 받지 못했고, 철저하게 주인의 유익을 위해, 그 명령에 복종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학자들을 통해, 신명기라는 책은 고대 근동의 종주권 계약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커스가 주인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향하고 있음도 발견되었습니다. 즉, 신명기에 기록된 모세의 설교는 당시 사회의 종주권 계약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자신의 유익을 위해, 종과 일방적인 계약을 맺는 세상의 주인과 달리, 하나님께서는 철저하게 백성들의 행복과 유익을 위해 계약을 맺으시고, 일하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신명기서 전체를 통해, 당시 종주권 계약과는 전혀 다른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 언약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켰고, 오늘 본문 말씀에서 그 계약을 마지막으로 확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신명기 설교 전체의 핵심을 압축하여 노래로 만들어 백성들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부르고, 되새기게 했습니다. 즉, 오늘 본문 말씀에는 신명기서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바로, 옛날을 기억하라는 권면입니다 (7절). 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위해서 행하신 일들과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명기 15장 15절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애굽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종이었던 그들을 하나님께서 속량하신 것을 기억하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압제 가운데에서 고통 받던 그들의 처지를 하나님께서 은혜로 역전시키셨음을 되새기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은혜 받은 자들로 하여금 겸손하게 하고, 감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명기 8장 3절에서는 만나를 주신 것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그의 백성의 소명임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8장 2절에서는 광야 시절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복을 받기에 합당한 사람들로 그의 백성들을 시험하고, 단련하고, 준비시키기 위해 광야의 생활을 주셨음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모세가 권면하는 모든 “기억하라”의 초점은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에 대한 것이었고, 그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이스라엘 백성들이 교만에 빠지지 않고, 바른 믿음을 지킬 수 있는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오늘 본문의 10절 말씀에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 가운데 보호하시며, 호위하시고, 자기의 눈동자 같이 지키셨음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에서 “눈동자 같이”라는 구문은 “잇스온아인”이라는 히브리어 원어로 기록되었는데, 이는 “눈 속에 작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크고 크신 하나님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사람은 한 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고, 또한 하나님께서 그 큰 눈동자로 이스라엘 백성을 언제나 지키시고, 보호하시며, 인도하셨음을 의미합니다. 11절에 기록된 것 처럼 어미 독수리가 그 새끼들을 사랑으로 보호하는 것과 같이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은 신실하십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우리를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을지라도, 능력의 하나님께서 그 큰 눈동자로 우리를 지키시고, 인도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두려움에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 은혜를 기억하고, 붙들고, 하루 하루를 소망과 감사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롯연합교회가 세워진 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비록 펜더믹 상황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모여 기념할 수 없지만, 이 시간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진 이 교회의 처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 교회를 시작하면서, 바른 믿음과 교회를 갈망하던 첫 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립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 앞에 서약했던 건강한 교회는 우리 모두가 은혜로 살지 않으면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도 여러분, 먼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자고 권면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에 붙들려, 매일 매일 더욱 바르게 성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